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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각을 창조하는 '분자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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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재원 댓글 0건 조회 8,791회 작성일 11-09-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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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미식학이 만드는 요리의 과학


지난달 말 7월 30일에 전 세계 미식가들로부터 금세기 최고의 레스토랑으로 인정받았던 스페인의 ‘엘불리’가 문을 닫았다. 외신들은 엘불리 레스토랑이 7월 30일의 만찬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하고, 잠정 휴업에 들어갈 것이며 2014년께 요리연구소로 변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레스토랑은 영국의 권위있는 전문 미식잡지인 ‘Restaurant’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TOP 50 중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특히, 엘불리는 음식의 질감과 조직, 요리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을 개발하는 ‘분자 요리(molecular cuisine)’로 미각 혁명을 주도하면서 스페인의 요리를 세계적으로 널리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엘불리 레스토랑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스토랑들이 분자요리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리에 과학을 입힌 분자요리



1988년 프랑스 화학자 에르베 티스와 옥스퍼드 대학교의 물리학자 니콜라스 커티가 물리와 화학적 측면에서 요리 연구를 진행하던 과정에서 분자요리가 탄생했다. 당시 두 사람은 유럽 전통 음식문화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요리의 제조과정에 과학적 실험 및 분석방법을 도입했다,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다른 요리의 결과물들이 나오자 이를 분자요리라 명명하고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 분자요리는 요리를 과학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린 새로운 음식문화다 
분자요리란 음식 재료의 질감이나 조직, 요리법 등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 요리법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과를 이용해 국수를 만들었다고 할 때, 눈으로 보기에는 국수지만 맛은 실제 사과 맛이 나는 것으로서 분자요리는 음식을 접했을 때의 모양만 보고는 전혀 맛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설렘과 즐거움을 제공한다.

따라서, 분자 요리는 요리를 과학의 영역으로까지 끌어올린 새로운 음식문화라 할 수 있는데 괜히 과학이라고 표현해서 너무 어렵고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은 일상에서 늘 보아왔던 먹거리 중에도 이런 과학을 응용한 음식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뻥튀기처럼 순간적인 압력차를 이용해 다공성의 해면 구조로 만드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그 밖에 저으면 거품이 일며 부풀어 오르는 계란의 특성을 알아낸 과거의 요리사들 덕분에 지금 우리는 카스테라와 계란찜, 계란말이 등을 맛있게 먹고 있는 것이고 설탕을 녹이면서 바람을 쏘이면 실처럼 변하는 것을 응용한 솜사탕도 알고보면 꽤 진화한 분자요리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꽝꽝 얼리지 않고는 절대 그렇게 얇게 썰 수 없는 차돌박이나 대패 삼겹살 역시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식재료의 상태를 변형한 것이고 어릴 적 파라솔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연탄 위 국자를 얹고 녹인 설탕에 소다를 넣어 부풀려 먹던 ‘달고나’도 역시 같은 원리라 할 수 있다.


하나의 학문으로 등장한 분자미식학



흔히 주방은 화학실험실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이는 음식을 만드는 작업이 분자를 변형하고 이를 조합하는 과정이기 때문. 최근에는 요리의 재료와 소스가 어떤 화학작용을 통해 섞이며 입 안에서 어떻게 녹아드는지 등을 정교하게 계산하여 새로운 요리 시스템을 수립하는 ‘분자미식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 분자미식학은 하나의 학문으로 정착되고 있다 
최근의 분자미식학 연구는 요리를 넘어 메디컬 푸드(medical food)라고 불려질 정도로 의학적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 예로 발암물질을 억제하는 요리법이 잇따라 제시되고 있다. 얼마전 미국 캔자스주립대학은 분쇄한 고깃덩어리에 소량의 로즈메리 추출물을 첨가하면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 가금류 고기 등을 높은 온도에서 가열할 때 발암물질인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이 생성되는데 로즈메리에서 추출한 항산화 물질을 첨가해 반죽한 고깃덩어리로 햄버거를 만들었을 때 HCA가 적게 생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요리의 문제는 항산화 물질인 로즈메리 추출물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로즈메리 자체만을 넣었을 때의 효과가 추출한 항상화 물질만을 넣었을 때보다 효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데 있어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다.


한식의 세계화도 분자요리로 가능



작년 이맘때 한식재단 주최로 열린 음식축제 '서울 고메 2010'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한국계 입양아 출신의 벨기에 셰프 상훈 드장브르씨는 분자요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요리사로서 축제기간 중 김치를 활용한 분자요리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어릴 때 입양되었던 관계로 성인이 돼서야 한국음식을 접할 수 있었는데 생애 처음으로 맛본 한국음식이 김치였다면서 드장브르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음식인 김치를 활용한 요리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으며 오미자를 활용한 샤베트와 비빔밥, 불고기를 응용한 분자요리법등도 계속해서 선을 보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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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자요리를 통한 한식의 세계화도 가능하다  ⓒ한식재단
특히, 드장브르씨는 "한식 세계화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발효음식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다양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면서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분자요리법 개발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면서 김치를 재료로 한 분자요리를 통해 한식 세계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드장브르씨의 경우 외에도 요즘 해외의 유명 셰프들이 한식의 분자 요리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즐거운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우리나라 요리의 세계화가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려 있는 셈인데 전통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분자요리와 같은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는 것도 필요한 때이다.

너도나도 입으로는 한식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주방에서는 아직까지 전통 조리법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한데 분자요리의 경우 최근의 세계적인 요리방법의 추세이자 과학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하는 요리법인 만큼 한식과의 접목에도 전혀 무리가 없으며 앞으로 한식의 발전에 가속도를 붙여줄 잠재력이 충분한 요리의 과학이라 보여진다.


>본 기사는 20101230_tw8hNL0G.jpg 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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